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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제 시작이다 !

  • 조회 : 65
  • 등록일 : 2024-04-16
화면 캡처 2024-04-16 104833
사방이 온통 봄꽃 천지다. 금년 초 치른 ‘사회복지사 1급 시험’ 문턱을 넘었다. 시작할 땐 ‘이 나이에 해 낼 수 있을 까’ 생각 이었다. 스터디 멤버들에게도 ‘저는 3년 목표로 삼겠습니다‘ 했다. 이들은 주간보호센터 등 사회복지시설 등 직장에 나가거나 자영업을 하며 열심히 살아 나가는 50대였다.

우리는 매주 화요일 저녁 강사님의 지도로 7-8명이 김밥으로 끼니 해결하며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그리고 사회복지정책론, 행정론, 법제론 등 여덟 과목을 훑어 나갔다. 내용이 아주 생소하지는 않았지만 이해하고 암기까지 하기에는 고통이었다. 주말에는 3-4명이 따로 기출 문제를 풀고 또 풀며 합격선 접근을 위해 매진했다.

집 안방 벽에는 과목별 주요 암기 내용 30여 장을 붙여 놓았다. 방에 들어갈 때마다 훑어 보고 밑줄 쳐가며 기억의 강도를 조여갔다. 교수님이 경험담으로 알려준 팁이다. 모든 시험이 그렇듯이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다~ 휴우’ 했었다. 그러던 것들이 시험 1주일 전쯤에는 3천여 쪽 분량의 요지가 머릿속에 거의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특별한 힘이 나는 모양이다.

시험 도중 어려운 문제가 보일 때마다 흔들렸다. 이때 떠오른 교수님, 강사님 그리고 집사람. 이들은 마지막 200번째 문제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어주었다. 특히 집사람은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며 제발 떨어지라’고 두어 번 말했다. 가을철 서리태 콩 수확이 한창일 때 도서관에 간다고 하니 화가 잔뜩 났던 것이다.

이번 시험은 작년보다 어려웠다고 한다. 합격률 29.9%로 전 년 보다 많이 낮았다. 70대 이상에서는 12명만이 합격해 15%대의 합격률을 보였다. ‘쉽지 않다고 하는데 그 나이에 대단합니다’ ‘노병은 살아있네요’ 주변 지인들이 이런 말을 건넬 때 내 몸에는 엔돌핀이 솟구친다. 아마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 존엄성과 사회정의의 신념을 바탕으로....나는 언제나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의 편에 서서, 저들의 인권과 권익을 지키며..’ ‘사회복지사 선서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 볼까 걱정도 된다. 뜻있는 분들과 힘을 모아 사회복지 사각지대를 찾아 돕고, 늘어갈 다문화사회 복지를 위한 역할을 찾아 보고 싶다. 이제 모두에 사회복지사가 필요한 ‘100세 인생시대’ 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 진입을 앞두고 있다. 현재 3만여 복지시설과 52만여 종사자의 수요도 계속 늘어 날 것이다. 사회복지사는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독일 학자 에릭슨은 인간의 생애를 유아기 등 8단계로 나눴다. 마지막 65세 이후는 자아 통합의 시기이다. 노년기는 더 이상 인생의 쇠퇴기가 아니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배우고 노력하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Better late than never’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늦었다고 아예 안 하는 것보다 시도라도 하는 게 낫다‘ 의미로 ‘꽃보다 할배‘ 미국 리메이크판 제목으로도 사용된 말이다.

이제 시작이다 !

[충남일보, https://www.chungnam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6392 ]